최찬욱·조주빈·김태현, 포토라인 앞 주눅들지 않는 그들
전문가들 “‘대인관계능력’ 결여”…디지털세대 범죄자 특성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5년 전 우연히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노예와 주인 놀이를 하는 걸 보고 호기심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최찬욱)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조주빈)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못 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 양해를 구하고 싶다.”(김태현) 악랄한 범죄 수법에 사람들이 경악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아동·청소년 여성 70여명의 성착취물을 만든 조주빈(26).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만든 최찬욱(26). 게임을 통해 만난 여성의 집까지 찾아가 일가족을 살해한 김태현(25). 이들은 디지털 환경을 쉽게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으로 공범들과 소통하거나, 범죄수익 추적을 피하고자 가상화폐를 이용했다. 김태현 역시 게임에 크게 의존했고 피해자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SNS를 이용했다. 포토라인 앞에서도 이전의 범죄자들과 달랐다. 위축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습의 이유를 ‘대인관계능력’ 결여로 꼽았다. ◆노예? 악마? 놀이? 포토라인서도 온라인 용어 전문가들은 이 범죄자들이 사용한 단어에 주목했다. 단순히 ‘죄송하다’, ‘잘못했다’가 아닌 문장 속에 등장한 ‘놀이’, ‘악마의 삶’이라는 단어들에서 대인관계능력 결여를 눈여겨봤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은 “일상생활을 해봤던 고전적인 가해자들은 (언론의 주목받을 때 보여준) 패턴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교성이 거의 없고 온라인상에 주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커 포토라인에서도 온라인 용어를 사용한다”라고 봤다. 정상적으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정서 교감을 나누고 대인관계능력을 익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깊이있는 교감보다는 지나친 디지털소통에 따른 짧고 가벼운 대화에 익숙해 타인을 향한 공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깊이 있거나 사회생활을 오래 한 모습이 아니다. 인스턴트식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포토라인에서도 나타났다”며 “전형적 디지털 소통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서 시작한 범죄, 잘못이라 못 느껴 과거 물리적 범죄와 달리 이들의 시작은 온라인이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성착취물의 판매·유포를 통해 2차 피해를 발생시켰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범죄 특성상 자신의 범행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지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성한다고 말하지만) 범죄자처럼 말하지 않고 마치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처럼 보인 태도는 비대면 범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속되고 재판을 받아도 범죄라는 인식이 약하다 보니 공개된 자리에서 비춘 반성하는 모습과 내면은 다를 수 있다. 아무리 반성문을 내거나 잘못했다고 말해도 ‘속마음’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실에서 (구속된) 처지일지라도 (온라인에서처럼) 여전히 자신이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고 군림하는 위치에 있는 자세를 보여줬다”며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있는 디지털 세대 특성”이라고 말했다.
최찬욱의 ‘구해주셔서 감사하다’, 조주빈의 ‘악마의 삶’이라는 발언 등의 말에서 자기합리화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이웅혁 교수는 “나름대로 합리화를 하는 논리가 발달한 것도 이들의 특성이다. 최찬욱도 트위터에서 ‘놀이’를 시작해 범죄에 이르게 됐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마치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합리화’에 빠졌다는 것이다. 최찬욱이 얼굴을 스스로 드러내거나, 김태현이 무릎을 꿇는 행동에서도 특성이 드러난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이 비칠 모습만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태현은 포토라인에서 입을 떼자마자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졌을 뿐 피해자에게는 성의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최찬욱이 스스로 얼굴을 드러낸 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범죄의 정당화를 꾀하고 죄책감을 희석하려는 심리가 커 보인다”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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