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 시티 이야기 –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풀빛 |
동물은 우리 곁에서 사라진 걸까?
인간은 풍요롭고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고 도심이 폐쇄되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빈 도심에 동물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 코요테가 어슬렁거리고 애리조나의 한 쇼핑몰에는 페커리가 나타났다. 산티아고에선 퓨마가 거리를 배회하고 호주에선 캥거루가 텅 빈 시내를 뛰어다녔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동물들이 내려온 걸까?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환경보호 과학자인 스튜어드 핌은 야생 동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저 동물 대부분이 사람 곁에 잘 오지 않아서 사람이 없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 것뿐이라고. 그렇다. 지구에는 사람만 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부터 인간의 키를 훌쩍 넘는 동물과 이름 모를 식물들까지. 지구에는 여러 다양한 생명체가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 이 극명한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고 살았고 어쩌면 모른 척해 왔다.
지금껏 인간은 다채로운 생명이 숨 쉬는 자연을 죄책감 없이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인간 외의 동물은 도시에서 애완 아니면 관상용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풍요를 누리고 발전을 자부했다. 하지만 그 풍요와 발전은 진실이고, 그로 인해 인간은 풍요롭고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가?
“서로의 그림자 속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숀 탠이 선사하는 새로운 형식의 ‘그림 이야기’
초현실적인 환상적인 그림과 매혹적인 이야기의 만남!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숀 탠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도시에서의 인간과 자연,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의 “그림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너 시티 이야기>에는 모두 스물다섯 동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어, 곰, 악어, 올빼미, 돼지, 개, 앵무새, 비둘기, 벌, 호랑이 등등 그리고 인간까지.
고층 빌딩 팔십칠 층에 사는 악어, 어느 날 한순간에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올라 숨이 멎는 장관을 펼친 나비 떼, 방에 갇혀 발이 사라지는 돼지, 하늘 위에 사는 달물고기, 회의실에서 한순간에 개구리로 변한 회사의 중역들 등, 이야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환상적인 이미지로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초현실적인 환상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면밀한 탐구가 바탕에 깔려 있다.
202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이너 시티 이야기>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상어를 잡고 인간을 마구 잡아 해치우던 괴물을 잡았다는 승리감에 도취한 사람들이 상어 배를 가르고 배 속의 새끼들까지 도살할 때, 자신들도 상어와 다른 바가 없음을 깨닫고, 인간을 상대로 소송장을 내민 곰에게 승리를 자부했지만, 소송을 준비할수록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숀 탠의 <이너 시티 이야기>는 동물들의 이야기면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 외롭고 삶에 지친 사람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받는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하는데, 그들 모습이 동물들 모습과 겹쳐 보인다. 파괴하지만 사랑하는 인간의 양가적인 감정과 모습이 이야기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러한 불일치 때문에 감히 우리는 희망을 꿈꾼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삶이 함께할 수 있기를, 공존하기를. <이너 시티 이야기>는 2020년 영국에서 출간한 그림책, 동화 중에서 가장 우수한 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