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역사적 외상(Trauma)의 복원과 문학적 증언: 《소년이 온다》 분석
1. 서사의 구조와 다층적 시점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은 단일한 주인공의 연대기적 흐름을 따르는 대신, 총 6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다층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각 장은 서로 다른 인물을 화자로 내세우며, 사건 당시와 그 이후의 시간을 교차시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칭의 사용이다. 1장 ‘어린 새’에서 작가는 관찰 대상인 소년 ‘동호’를 향해 ‘너’라는 2인칭 화법을 사용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게 하면서도,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문학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후 장들에서는 ‘나’, ‘그녀’, ‘당신’ 등의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며 사건의 입체성을 확보한다.
교보문고·예스24 양대서점 정상…소설의 약진, AI 서적도 '주목' 한강 작가[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
2. 신체성과 물질성: 죽음의 형상화
한강은 이 작품에서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이나 숭고한 희생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철저하게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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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부패: 상무관에 안치된 시신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과정, 냄새, 가스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는 죽음이 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물리적 현상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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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흔적: 고문 장면(3장)과 총격의 결과물을 묘사할 때, 작가는 인간의 존엄성이 물리적 폭력 앞에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건조하게 서술한다.
이러한 물질적 접근은 독자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 개인의 ‘육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어떻게 유린했는지를 가시화하는 역할을 한다.
3. 시간의 비선형성과 외상의 지속성
본 소설은 1980년의 열흘간에 머물지 않는다. 소설은 그로부터 5년, 10년, 20년 뒤를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외상의 현재성’**을 규명한다.
고문을 견뎌냈던 인물(성희), 검열과 싸우는 출판사 편집자(은숙), 그리고 동호의 어머니 등 생존자들에게 1980년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환되는 기억과 신체적 통증을 겪는다. 이는 역사적 비극이 한 시점에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생존자의 생애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주되며 삶을 잠식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4. 언어와 침묵의 투쟁
작품 전반에 걸쳐 ‘언어’의 한계에 대한 고민이 투영되어 있다. 은숙이 겪는 뺨 세 대의 폭력과 그로 인한 침묵, 고문으로 인해 망가진 언어 체계 등은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는 역설적으로 그 침묵과 비명을 문장으로 옮김으로써 **’증언의 불가능성’**에 도전한다. 에필로그 ‘불 켜진 쪽으로’에서 작가 본인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은, 이 소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철저한 취재와 기록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복원’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5. 사회적 함의와 보편성
《소년이 온다》는 특정 지역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나, 그 함의는 보편적이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는가, 국가라는 시스템이 개인을 말살할 때 개인은 어떻게 저항(혹은 잔존)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인간의 잔혹함(학살)과 인간의 숭고함(헌혈을 위해 줄을 서는 시민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하지 않는다. 그저 두 모습이 공존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을 응시한다. 소년 ‘동호’는 그 모순된 세계에서 희생된 순수성을 상징하며, 그를 찾는 과정은 곧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교보문고가 ‘2025년 종합베스트셀러’ 10위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2025년에도 1위에 올라 연간 종합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이는 교보문
6. 결론: 기록으로서의 문학
이 소설은 감정적 호소에 기대기보다, 정교하게 배치된 서사와 문장을 통해 독자가 사건의 핵심에 도달하게 한다. 한강은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잊힌 이름을 호명하며, 역사의 공백을 문학적 진실로 채워 넣었다.
결과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 현대사의 외상을 다룬 텍스트 중 가장 치밀하고도 본질적인 신체성을 담보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애도를 넘어,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