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10점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동양북스(동양문고)

‘몸의 심리학’으로 생각, 감정, 인생을 바꾸는 방법
“우리를 지배하는 건 정신이 아니라 몸이다”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A 씨, 너무 예민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B 씨, 우울증을 앓고 있는 C 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들 짐작하다시피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 환갑이 넘었는데도 초등학생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인간은 왜 이렇게 질기도록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까?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나를 바꾸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32년 동안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독일의 심리치료사, 다미 샤르프는 평생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임상 치료와 연구를 한 사람이다. 다미 샤르프는 자신의 첫 책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원제 :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Auch alte Wunden k?nnen heilen)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그녀가 말하는 핵심 주제는 ‘인식’과 ‘이성’을 강조하는 상담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과 ‘관계’ 위주로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몸 특히 뇌와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 회로가 갖고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인데,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도 생애 초기 몸과 뇌의 구조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지금도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A 씨의 경우 저자는 이 사람이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침대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뇌는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 사람의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 회로에는 그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몸이 이미 그것을 눈치채고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30대 B 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람은 어린 시절 부모 혹은 주변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없다.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부모로부터 자존감이 상하는 피드백을 받거나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것을 반복하는 습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재연출’ 현상이다. 그러므로 B 씨가 이렇게 예민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다 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을 특별히 ‘의식’해서가 아니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패턴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C 씨의 예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 따라주네’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데, 아무리 이성의 힘으로, 지식의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을 몸의 변화로 이끌어내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몸’이 그 사람의 과거 비밀을 푸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해결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느낌, 감정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삶 자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정신’이 아니라 ‘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뇌과학과 생물학적 지식을 풀어놓는데 그것은 이 책의 이론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자신이 평생 동안 연구해서 세상에 내놓은 ‘신체 감정 통합 치료법’(SEI, Somatische Emotionale Integration)?의 여러 임상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이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게 만들고 어른이 된 현재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프로이트의 ‘말하기 치료’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신체 심리치료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이 책 또한 2018년 독일 아마존 심리 1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2018년 통계)라는 불명예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저자의 이론과 임상 사례들은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것이다.




답글 남기기